
6월, 하이아웃풋클럽의 1인 대표님들에게 피와 눈물이 담긴 이야기를 해줄 분을 모셨습니다. 뭔가에 미쳐서 제대로 성과를 내본 적도 있고, 그만큼 시원하게 망해본 적도 있는 사람.
AI 심리 분석 서비스 '인간 AI'를 만들고 있는 표시형 대표님입니다.
시형님은 24살에 창업해 27살에 연매출 25억, 100억 밸류에이션에 11억 투자까지 받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가 찾아오며 한 순간에 다 무너졌습니다. 그 뒤로 만든 제품 15개와 프로젝트 6개가 줄줄이 실패했고, 6년간 단 한 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쌓인 빚만 7억. 그 당시 손에 쥔 현금이 3만 7천 원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시형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단 두 명이서 3개월 만에 트래픽 100만에 매출 10억을 만들었고, 그 이후로도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켜왔습니다.
그래서, 시형님의 세션은 이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업은요, 쏟아부은 노력이랑 시간 대비 보상이 그냥 0이 될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걸 잃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
- 아이템은 있는데 PMF를 어떻게 검증할지 막막한 분
- 마케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
- 오래 버텼지만 성과가 없어서 지쳐가는 분
PART 1. 잘 나가던 20대, 그리고 추락
Q. 첫 창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어느 순간 제 삶이 너무 예측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대학 가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 가고, 결혼하고 애 낳고. 예측 가능한 노력에 예측 가능한 결과. '이게 자유의지 있는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 길로 바로 휴학을 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거든요.
나한테 쓰는 편지 같은 걸 PPT 스타일로 재구성해서 페이스북에 올린 게 시작이었어요.
지금은 흔한 카드뉴스 방식인데, 저희가 그걸 거의 최초로 시도한 팀이에요.
근데 공동창업자가 쓴 글 하나가 좋아요 10만 개를 받더니, 정신 차려보니까 팔로워가 100만이 돼 있더라고요.
신나서 다이어리도 만들고, 서점도 열고, 출판사도 차리고. 3개월에 22만 5천원씩 받는 3,600명짜리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운영했어요.
27살에 연매출 25억, 100억 밸류에 11억 투자까지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제가 천재인 줄 알았어요. 진짜로 팀원들한테 '나 천재니까 나한테 물어봐' 이랬다니까요. 근데 사실은 콘텐츠 좀 만들 줄 알았고, 운이 좋았고, 그걸 그냥 미친 듯이 했을 뿐이었어요."
Q. 그러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가요?
어느 날 TV에서 뉴스가 하나 나오더라고요. 코로나였어요.
그때 제 나이가 30이었어 요. 거기서부터 지옥이었습니다.
완전히 망하는 데 2년 걸리더라고요.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미련 때문에요. 내가 완전히 졌다는 걸 인정하는 데만 2년이 걸린 거예요. 개인으로 넘어온 빚이 7억이었습니다.
그러고 다시 창업했는데, 첫 매출 내기까지 또 2년이 걸렸어요.
30살부터 35살까지 6년동안 만든 제품 15개, 프로젝트 6개가 실패했고, 35살 11월에 빚 빼고 손에 남은 현금이 딱 3만 7천 원이었습니다.
"6년을 통째로 날려본 적 있으신가요?
저 그 6년 동안 진짜 한 푼도 못 벌었어요. 이게 가능하다는 걸,
창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시작할 땐 생각도 안 하고 시작하죠."
Q. 한 번 성공해본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요?
네, 20대에 성과를 내봤으니까 사람이 곤조가 생기거든요.
했던 방식을 자꾸 고수하게 돼요. 저는 제가 브랜딩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콘텐츠 잘 만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계속 그 방식으로 했는데, 완전히 망했습니다.
비전, 자존심, 나만의 철학, 기존 관점, 시장에 대한 애정.
"책에서 읽은 멋있는 것들, 그런 거 내려놓는 순간이 빨리 오면 올수록 좋아요. 사실은 그게 오기 전에 미리 다 내려놓는 게 제일 좋고요."
PART 2. 인생이 바닥을 찍을 때 든 세 가지 질문
Q. 바닥을 치셨다고 느낄 때, 어떤 게 가장 크게 바뀌었나요?
사무실 월세 3개월치가 밀리고, 27살에 코파운더한테 300만 원, 600만 원씩 빌리다가, 그 친구마저 돈이 없어졌다고 했을 때 깨달았어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 되니까, 머릿속에 딱 세 가지만 남더라고요.
하나, 이거 진짜 존재하는 시장 맞나?
내가 노리는 시장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세요.
둘, 그 시장 고객이 뭘 원하는지 내가 진짜 아는 거 맞나?
내 뇌피셜 말고요. 모를수록 쉬워 보입니다. 데이팅 앱이나 성인 콘텐츠 시장 쉬워 보이죠? 제가 해봤거든요. 장난 아닌 시장이에요.
셋, 그 고객을 만족시킬 제품을 내가 만들 수 있나?
"모든 돈은 진짜 벌기 어렵더라고요. 밖에서 보기에 쉬워 보이는 시장 같은 건 없어요."
Q. 그 세 가지 질문 끝에,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그때 인간 AI는 심리 분석에 심리 상담에,
자기 탐구까지 다 붙은 엄청 큰 제품이었어요. 인류의 행복도를 올리겠다는 비전을, 6년을 망하면서도 끝까지 붙들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걸 다 걷어냈어요.
바로 매출을 낼 수 있는 핵심 기능 하나만 남겼습니다. 원래 내부 바이럴용이던 인스타그램 분석 기능, 그것만 뜯어내서 매출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마케팅비가 없어서 앱 마케팅을 전단지로 돌렸어요.
홍대 술집 골목에서 "QR 한 번만 찍어주세요" 하면서요. 광고도 제 얼굴로 직접 찍었습니다. 하루에 5개씩. 지금도 제 얼굴 나오는 광고가 20개 돌아가고 있어요.
'내가 무슨 인플루언서야, 나 못생겨서 소용 없어.'
핑계는 진짜 많아요.
근데 이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해야 되는 거예요.
일단 뭘 해야, 매출도 생기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요,
3개월 뒤에, 진짜 단 두 명이서 트래픽 100만에 매출 10억을 찍었어요.
6년을 한 푼도 못 벌던 사람이요. 그 뒤로 본격적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드릴 얘기는 전부 그 3개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 제가 몸으로 배운 것들입니다.
Q. 단기 매출만 쫓으면 비전이 사라지지 않나요?
매출이 일단 뽑히면, 그 다음 길이 진짜 잘 보여요.
고객 데이터를 볼 수 있고, 고객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저희도 그렇게 올라와서 지금은 원래 하고 싶었던 정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계단부터 올라가세요.
'지금 돈 벌자고 미래를 없애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 저도 진짜 많이 했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고객이 반응하는 USP대로 움직이고, 매출 만들고, 고객 만족시키면, 그 다음 스텝은 고객이 알려줍니다.
PART 3. 기획 위에 기획을 쌓지 마라
Q. 초기 제품 만들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뭘까요?
기획 위에 기획을 쌓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저희가 알람 앱을 만든 적이 있어요. 친구랑 같이 알람을 맞춰놓고, 둘 다 안 일어나면 알람이 안 꺼지는 앱이었어요. 재밌죠?
근데 이게 매력적일 거라 생각해서, '일단 검증됐다 치고', 그 위에 기능을 막 쌓았어요. 커뮤니케이션 기능 붙이고, 같이하는 루틴 붙이고. 그렇게 운동 앱까지 만들어버렸어요.
결과는요?
아무도 안 써요.
'친구랑 같이 하는 알람' 자체를 사람들이 안 쓰거든요. 그러니까 그 위에 쌓은 기능들은 전부 개발비만 날린 거죠.
"기획은 제일 단순하고 직관적인 최소 기능으로 쪼개세요.
그걸 마케팅으로 검증한 다음에, 거기서 한 단계씩 올리는 거예요. 한 번에 다 붙이지 말고, 하나 되면 그 위에 하나.
초기 제품은 그렇게 순서대로 가야 돼요."
Q. 가설 검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설은 웬만하면 한 번에 하나만 가져가야 돼요.
가설이 두 개면 검증해야 할 경우의 수가 곱하기로 늘어나거든요.
예를 들어 안 팔렸어요.
그럼 A 가설이 틀려서 안 됐나? B가 틀려서 안 됐나? A는 맞는데 B만 틀린 건가? 이렇게 경우의 수가 계속 갈라져요. 그럼 뭐가 진짜 원인인지 영영 못 가려내고 돌아버립니다.
대신 액션 플랜은 많이 뽑아야 돼요.
가설이 아무리 좋아도 액션 플랜(시도)들이 잘못되면 멀쩡한 가설을 틀렸다고 잘못 판단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가설은 최대한 직관적으로 딱 하나, 올리는 기능도 하나만.
대신 액션 플랜을 여러 개 돌려서,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게 중요해요.
Q. 기능 많은 제품이 왜 불리한가요?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성공시킬 난이도가 같이 올라가요.
어중간한 기능 3개 붙은 제품보다, 좋은 기능 하나 제대로 붙은 제품이 더 낫습니다.
큰 제품은 이것저것 신경 쓰다 어차피 다 어설퍼지기 마련이고, 작은 제품을 하나만 뾰족하게 가는 게 훨씬 나아요.
마케팅 때문에라도 그래야 돼요. 기능이 5개 있으면 마케팅할 때 그 5개를 다 말하고 싶어지거든요.
근데 고객한테는, 제일 와닿는 거 딱 하나를 고객 언어로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어려워요. 그 하나도 벅찬데, 5개를 어떻게 다 소개해요.
PART 4. 마케팅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른다
Q. 제품 먼저 만들고 나서 마케팅을 고민하는 거 아닌가요?

순서가 거꾸로예요.
'이 마케팅은 무조건 먹히겠다' 싶은 게 먼저 떠오르고, 그 뒤에 거기 맞는 제품이 붙는 거예요. 적어도 생존이 급한 초기엔 그래요.
그리고 초기엔 대표가 마케팅을 무조건 직접 해야합니다.
내가 생각한 팔리는 포인트를 직접 고객 앞에서 떠들어보면 제품도 더 좋아져요.
고객 언어로 내 제품을 설명하다 보면, 제품에서 엉성한 데가 그대로 드러나요.
광고를 보고, 상세 페이지로 넘어오고, 결제 페이지에서 결제까지.
이 과정이 중간에 걸리는 데 없이 쭉 매끄럽게 이어져야 결제가 일어나요.
근데 대표가 마케팅을 모르는 채로 뇌피셜로 제품 만들어놓고,
마케터한테 "이거 팔아" 하면, 그 포인트가 고객한테 안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럼 마케터를 쪼아서 광고 소재만 100개로 늘려요.
100개 만들어봤자 다 안 팔려요. 애초에 포인트가 틀렸으니까요.

마케팅이 뭐냐면요.
고객한테 "당신의 그 문제, 우리가 해결해줄 수 있어요"라고 설득하는 과정이에요. 그러니까 "난 좋은 제품만 열심히 만들게" 하는 대표님들, 마케터한테 못할 일 시키는 거예요.
마케팅, 직접 하세요.
Q. 광고로 제품이 될지 안 될지 검증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내가 기획한 제품의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차별화 포인트),
그러니까 이 제품이 가진 제일 강한 한 줄짜리 강점을 그냥 글로 써요. 그걸 카메라 앞에서 읽어요.
그리고 광고로 돌려요. 반응이 없으면? 그 USP가 아닌 거예요. 저는 그렇게 체크해요.
초기 광고는 기교 안 부려요. USP만 큼지막하게 박거나, '발냄새 80% 줄여드림' 이 정도로 직관적으로 때려넣어요.
충분히 설득될 만하다 싶게 붙였는데도 안 팔리면, 그땐 버립니다.

광고비 기준도 말씀드리면, 소재 하나에 10만 원씩 태워요.
여러 번 해봤는데 10만 원이 딱 맞더라고요. 10만 원 태웠는데 결제가 하나도 안 일어난다? 바로 버려요.
Q. '어둠의 MBTI' 같은 히트 소재는 어떻게 나온 거예요?
키워드를 한 100개 뽑아놓고,
우선순위대로 쭉 정리한 다음에, 위에서부터 전부 광고로 찍어본다는 식으로 갔어요. 어둠의 MBTI는 그중에 네 번째로 찍은 소재였어요.
저는 애초에 이걸 소거법이라고 생각해요.
될 놈 하나를 단번에 맞히는 게 아니라,
후보를 쭉 늘어놓고 안 되는 걸 하나씩 지워가는 거예요. 이래야 멘탈도 버텨요.
'내 인생과 영혼을 담은 단 하나로 끝장을 본다' 이런 식이면,
그게 안 됐을 때 멘탈이 그냥 터지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은 그렇게 단번에 안 돼요.
"창업자가 직접 얼굴 박고 USP 읽는 마케팅, 진짜 잘 통해요.
내가 멋있어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떻게든 일단 내 얘기를 듣게 만드느냐, 그게 중요한 거예요."
PART 5. 어떤 시장을 골라야 하는가

Q. 시장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요?
딱 둘 중 하나만 고르세요.
1/ 이미 존재하는 시장인데 형편없는 플레이어들로 가득 찬 시장
2/ 아니면 니즈는 있는데 마땅한 상품이 없는 시장
물론 아예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고, 세상에 없던 걸 혁신하고 싶은 사람도 있어요. 저도 20대 땐 제가 일론 머스크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반면에 이 두 시장 안에서는, 내가 열심히만 하면 매출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어느 쪽으로 가든,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뭔지부터 정의하는 게 먼저예요.
섹터나 도메인을 정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엔 소비자 니즈를 캐치하는 게 강점이었고, 그래서 콘텐츠 커머스로 온 거예요.
내 강점을 모르겠으면 그것부터 찾으세요. 시장은 그 다음이에요.
Q. 첫 번째 유형, 예를 들어주실 수 있어요?
사주 시장이요.
코파운더가 사주 시장에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들여다봤더니 딱 그거더라고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인데 형편없는 플레이어로 가득한 시장. 다들 돈 된다니까 그냥 생각 없이 만든 거예요.
저희는 경쟁사 제품을 전부 유료로 결제해서 다 써봤어요.
그러고 '얘네는 100% 이긴다' 확신이 들어서 들어갔습니다. 하루를 통째로 갈아서 제대로 만들었는데, 엄청 잘 팔렸어요. 저희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에요.
쉽게 돈 벌려는 애들은, 악착같이 차별화하는 팀을 절대 못 이기거든요.
Q. 두 번째 유형은요?

저희가 ADHD 검사를 만들어 파는데 잘 팔려요.
주변에 "나 ADHD인 것 같아" 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근데 막상 병원까지 가는 건 발걸음이 잘 안 떨어져요. 니즈는 계속 나오는데, 그걸 가볍게 해결해줄 상품은 없는 시장인 거죠.
물론 저희는 의사가 아니니까, 진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병원에 가보라고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제품으로 만들었어요.
"수요는 계속 나타나는데 해결책이 없는 시장. 작더라도 들어갈 만한, 진짜 좋은 시장이에요."
Q. 경쟁사가 베끼면 어떻게 대응하세요?

저는 무조건 대응해요.
"우리 갈 길 가면 되지, 제품만 잘 만들면 되잖아" 이러고 있으면 야금야금 뺏겨요.
경쟁자는 당신보다 싼 제품을 더 비싸 보이게 포장하고, 대충 만든 제품에 가짜 리뷰부터 천 개 깔고, 당신이 힘들게 뽑은 USP에 마케팅비를 먼저 부어버려요.
내가 정직하다고 경쟁자도 정직한 건 아니에요.
에고 좀 내려놓고, 경쟁자가 하는 건 따라가 줘야 돼요.
대신 내가 베끼는 입장은 되지 마세요.
똑같이 베껴서 똑같이 광고 때리면, 데이터 많고 개선 속도 빠른 원조를 절대 못 이겨요.
한 끗이라도 나만의 뾰족함, 완전히 다른 타겟한테 꽂히는 느낌을 만들어야 합니다.
PART 6. 오직 제품과 고객만 생각하기
Q. 고객한테 배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있다면요?
심리 분석 보고서가 하나도 안 팔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우리가 노린 건 '불안한 사람들' 시장이었는데, 그 시장에서 우리 경쟁자가 누군가 봤더니 사주더라고요.
사주는 그렇게 잘 팔리는데,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우리 건 안 팔리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솔직히 사주 보는 사람들을 좀 무시했어요.
근데 통장에 돈이 떨어지니까, 진짜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디지털 사주에 푹 빠진 사람을 찾아가서 물어봤어요.
"자기 미래를 그렇게 궁금해하는 분이, 왜 자기 애착유형이나 정서적 결핍은 안 궁금해하세요?"
그랬더니 답이 오더라고요.
"보고서가 너무 재미없게 생겼어요. 흥미가 안 생겨요."
그 후에, 연구 보고서같이 딱딱하게 생긴 디자인을 싹 다 갈아엎었어요. 보고서 이름도 '인스타 분석 보고서'에서 '무의식의 8가지 얼굴'로 바꾸고, 영어로 된 유형명도 '음침한 등대지기' 같은 식으로 바꿨어요.
그랬더니 팔려요. 이거 안 했으면 저 진짜 끝났을 수도 있어요.
Q. 고객 대하는 태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고객을 절대 수준 낮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대한민국 소비자 수준이 이렇게 낮나, 내 제품을 몰라주네' 이런 생각이 들면, 그건 내가 미친 거예요.
대한민국 소비자 수준 엄청 높아요. 우리가 만든 게 재미없는 거예요. 내 제품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야지, 초반부터 고객을 가르치려 들면 절대 안 돼요.
6년 전으로 돌아가면 절대 안 할 한 가지도 이거예요.
고객님을, 고객님 말고 다른 말로 부르지 않을 거예요.
예전엔 CS가 너무 싫어서 속으로 험한 말을 했거든요.
그 작은 마음들이 쌓여서 고객을 얕보게 되고, 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경쟁자를 무시하게 돼요.
저는 코로나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 안 해요.
그 오만 때문에, 코로나 아니었어도 어차피 망했을 거예요.
Q. MVP에 대한 오해도 짚어주셨는데요.
많은 분들이 MVP(Minimum Viable Product),
그러니까 처음 내놓는 최소한의 기능 제품을 '빨리 대충 만든 제품'으로 알아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최대한 작게, 대신 정확하게 잘 만든 제품. 그게 MVP예요.
어차피 거기 들어가는 시간이랑 품은 비슷하거든요. 그러니까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그 리소스로 퀄리티 있게 검증할 수 있는 거예요.
요즘 바이브 코딩으로 제품 만들기 쉬워지면서 날림 MVP가 진짜 많아졌는데, 고객님들 AI로 만든 광고 다 알아봐요. 그 안에 좋은 제품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디테일을 못 잡아서 죽는 거예요.
참고로 저희도 바이브 코딩으로 초안은 만들어요.
근데 뛰어난 개발자인 코파운더가 그걸 디테일하게 다듬어 올려줘서 그렇지, 바이브 코딩만으로 제대로 된 레벨의 제품을 만드는 건 어려워요.
PART 7. 가격, PMF, 그리고 버릴 줄 아는 것
Q. 신뢰 쌓이기 전엔 돈 받지 말라는 조언도 있던데요.
돈을 안 내는데 고객이 무슨 신뢰를 줘요?
저는 무조건 돈 받고 팔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돈 내고 쓰는 고객이 원하는 거랑, 공짜로 쓰는 유저가 쓰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요. 무료 유저 니즈에 맞춰서 제품을 만들면 결제가 계속 떨어져요.
여기서 밥을 공짜로 주면 먹긴 먹겠죠. 근데 원래 밥은 파는 거잖아요. 무료로 테스트하는 거, 좋지 않아요.
돈 받기에 부족한 기능이면 차라리 무료로 풀되 광고를 보게 하세요.
Q. 가격은 어떻게 정하세요?
시장마다 달라요.
인간 AI는 'AI로 내 심리를 분석한다'는 게 아직 낯선, 없던 시장이라, 사람들이 모르는 서비스를 비싸게 파는 건 어렵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싸게 시작해서 차츰 올리는 전략을 썼죠.
반대로 사주는 이미 있는 시장이고 가격대가 정해져 있으니까, 만족도만 제대로 주면 되겠다 싶어서 비싸게 팔았고요.
이미 시장 가격이 있는 경우엔, 저는 보통 더 좋은 퀄리티로 더 싸게 가요. 그럼 고객이 별생각 없이 우리 걸 사거든요.
Q. PMF를 찾았다는 건 어떻게 판단하세요?
*Product Market Fit, 제품 시장 적합성
저는 결제가 나기 시작했을 때, 이게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인지를 봐요.
50억짜리 시장이 작아요? 10%만 먹어도 5억인데요.
요즘 AI 덕에 조직이 작아지고 있어서,
옛날처럼 큰 시장 안 노려도 돼요. 좁은 시장에서 점유율만 제대로 먹어도 충분히 살아남는 시대예요. 오히려 좁은 시장을 찾으면 그게 행운이에요.
단, 그런 시장 찾았으면 독점할 때까지 절대 떠벌리지 마세요.
PMF는 진짜 어려워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 출신들도 PMF 못 찾아서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러다 보면 내가 던진 제품에 예상과 다른 고객이 와요.
"난 20대를 노렸는데 50대 어머님이 오신다?"
그럼 그 시장 규모를 보고, 제품을 그쪽에 맞게 다 갈아엎어야 돼요. 무조건 돈 내는 사람한테 맞추는 거예요.
Q. 버릴 제품과 키울 제품, 어떻게 구분하세요?
제품을 다듬고 개선하는 건, PMF 검증 다음에 하는 거예요.
안 될 놈을 죽어라 붙들고 키우는 게 지옥이거든요.
시장 자체가 작은데 거기서 1%, 2%씩 올려봤자, 한 달에 1%면 열 달 해도 10%예요. 초기에 그렇게 굴러가면 안 되죠.
이 정도 해서 여기까지 나온 거면, 고쳤을 때 확 올라가겠다는 느낌이 와요.
반대로 이건 손봐도 안 되겠다는 느낌도 와요. 그럴 땐 과감하게 버리세요.
며칠, 몇 달 열심히 만든 거 버리는 거 당연히 마음 아파요. 근데 버릴 줄 알아야 돼요. 거기 익숙해져야 해요.
버티지 말고 변하세요.
버틴다는 건 했던 방식을 똑같이 반복하는 게 아니에요. 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 바꿔나가는 거예요.
그냥 버티기만 하면 그건 정지해 있는 거예요.
6개월 죽어라 했는데 10% 성장했다? 그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PART 8. 6년을 버틴 힘, 그리고 남기고 싶은 말
Q. 6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예의 같아서 말씀드리면,
일단 빚이 취업해서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ㅎㅎ
그리고 '쪽팔리게 사느니' 하는 마음으로 다 걸었어요.
처음에 드린 질문 있잖아요.
노력이 0으로 끝날 수도 있는데 괜찮냐고. 저는 괜찮은 쪽이었던 거예요.
낭만도 있었어요.
20대엔 '열정에 기름붓기'로 사람들 열정을 불태우는 일을 했거든요. 근데 막상 저도 뜨겁게 살다 망해보니까, 열정보다 불안을 다스리는 일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30대엔 사람들 불안을 잠재우는 일을 해보자, 그런 나름의 낭만이요.
행복의 역치를 낮추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불행하고 괴로운 게 원래 디폴트고, 좋은 일 생기면 그게 감사한 거다, 이렇게 맞춰두는 거예요.
근데 웃긴 게, 그렇게 6년을 한 푼도 못 벌고도 할 건 다 하고 살았어요.
Q. 창업가한테 운동을 그렇게 강조하시던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자기 효능감 때문에요.
웨이트하면 근육 늘고, 달리면 기록 늘잖아요. 한 만큼 결과가 나와요.
근데 사업은 안 그래요.
사업은 들인 만큼 결과가 안 나오는 게임이라는 걸 인정하고 시작해야 되는데, 그 와중에 '나 뭔가 해내고 있다'는 감각마저 없으면 사람이 지치고 우울해져요.
사업에서 성과가 안 나면 운동으로라도, 음악으로라도 성과를 내면서 그 감각을 채워야 돼요.
6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조건 할 한 가지도 운동이에요.
네트워킹할 시간에 차라리 한 번 더 운동하세요.
Q. 사업을 하시면서, 대표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건 무엇인가요?
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ㅎㅎ
지난 사업 때 제일 짜증 나고 힘들었던 게 돈이 없어서 함께하던 팀원을 떠나보내야 했을 때였거든요.
회사에 돈이 없으면, 적게 주면서 많이 일해주길 기대하게 돼요.
그게 저는 행복하지가 않더라고요.
돈을 잘 벌면 충분히 주고, 알아서 열심히 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창업하고 단 한 번도 야근하라는 말 안 했는데 모든 팀원이 알아서 열심히 해줬어요. 이것 때문에라도 돈은 진짜 중요해요.
"돈 위에 낭만이랑 신뢰가 쌓이는 거예요.
돈이 없으면 아무리 개쩌는 코파운더도 길어야 3년, 대부분 1년 안에 떠나요."
Q. 마지막으로, 콘텐츠 감각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많이 만들면 돼요.
짧게 만들고 반응 보고 또 만들고, 이 사이클을 빨리 돌리면 무조건 늘어요.
저는 '열정에 기름붓기' 시절에 5년 동안 매주 한 번도 안 빠지고 콘텐츠를 올렸어요. 좋아요 20만 개 받은 적도 있고요. 5년 내내 그렇게 성적표를 받으면 잘할 수밖에 없어요.
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메타인지 훈련이 돼요.
'내가 인스타에서 이걸 봤으면 좋아요 눌렀을까?' 이렇게 제3자 시선으로 보는 게 몸에 배면, 나중엔 내 제품도 그렇게 볼 수 있게 돼요.
그리고 필살기 하나 드릴게요.
가장 개인적인 얘기를 가장 솔직하게 쓰면, 사람들이 공감해요.
공감만큼 강력하게 팬덤이랑 구매를 끌어내는 게 없어요.
"어설프게 기대했던 건 100% 저를 배신했어요.
디테일 약한 거 알면서도 '운으로 되지 않을까' 하고 던졌던 제품, 다 망했어요.
반대로 자연스럽게 풀리는 제품,
마케팅 문장이 술술 떠오르는 제품은 대체로 잘 됐어요. 그건 고객이 누군지 알고, 문제가 명확하고, 해결 방식이 말이 된다는 뜻이거든요."
이 글의 핵심 Takeaway
- 모든 걸 잃을 준비를 하고 시작하라. 사업은 노력 대비 보상이 0이 될 수도 있는 게임이다. 6년을 날릴 수도 있다는 걸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 검증 안 된 기획 위에 또 기획을 쌓지 마라. 최소 기능 하나를 마케팅으로 검증한 다음에 쌓아라. 가설은 하나, 그걸 확인하는 시도는 많이.
- 마케팅은 제품보다 먼저 떠오른다. 초기엔 대표가 직접 마케팅하라. USP를 직접 읽는 광고에 10만 원 태우고, 결제 없으면 버려라.
- 시장은 둘 중 하나. 경쟁자가 형편없는 기존 시장, 아니면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상품이 없는 시장. 그 전에 내 강점부터 정의하라.
- 고객을 절대 얕보지 마라. 안 팔리는 건 소비자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내 제품이 재미없어서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눈높이부터 맞춰라.
- 다듬는 건 될 제품이라는 확신이 선 다음에. 안 될 제품을 1%씩 개선하는 건 지옥이다. 버티지 말고 변하라. 버티기만 하면 정지해 있는 거다.
- 공짜로 테스트하지 마라. 돈을 내야 진짜 고객이다. 공짜 유저 니즈에 맞추면 결제가 떨어진다.
- 해내는 감각을 채워라. 사업에서 성과가 안 나면 운동으로라도 내라.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친구 두 명이면 충분하다.
이번 멤버십토크의 본질적인 메시지는 결국 하나였습니다.
멋을 내려놓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6년의 실패 끝에 시형님이 찾은 답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었습니다.
- 제품에 좋은 기능을 더 붙인다고 더 팔리지 않는다.
- 브랜딩을 더 그럴듯하게 한다고 고객이 돈을 내지 않는다.
- 거창한 비전을 붙든다고 생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덜어내야 합니다.
'진짜 있는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걸, 가장 작고 뾰족하게 만들어 파는 것.'
이번 시형님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큰 영감이 되었길 바랍니다.
하이아웃풋클럽 : 결국 해내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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