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가 금융 이야기 대신 취향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

경제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던 토스 머니그라피의 <B주류경제학(비주류경제학)>.
그런데 최근 공개된 스핀오프 콘텐츠 <B주류초대석(비주류초대석)>에서는 놀랍게도 경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명작 영화 월드컵을 열고 취향을 두고 왁자지껄한 토론을 벌이죠.
금융 브랜드인 토스는 왜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경제 이야기’를 내려놓았을까요?
이 선택은 방향을 잃은 실험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토스라는 브랜드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습니다.
토스는 직접적인 금융 메시지 대신 콘텐츠의 브랜드 색을 의도적으로 옅게 만드는 ‘콘텐츠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을 택했는데요, 그 결과 경제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토스의 콘텐츠’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죠.
이처럼 브랜드가 고객의 시간을 선점하는 전략을 ‘시간 점유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 토스가 시간 점유 전략을 통해 얻은 3가지 마케팅 효과와
- 이 전략을 우리 브랜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디브랜딩이 곧 새로운 브랜딩인 이유

디브랜딩(De-branding)이란 브랜드의 로고나 색깔, 직접적인 상품 홍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최소화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토스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 브랜드 색 최소화: "금융을 누구나 쉽게"라는 토스의 슬로건처럼, 금융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일단 우리 채널에 들어오게 만드는 '심리적 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 취향 기반 커뮤니티 형성: 취향을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댓글에서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 시간 점유율 증대: 브랜드 색을 뺀 자리에 재미를 대신 채워 넣어,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토스 콘텐츠가 차지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간 점유를 통한 '사람 모으기'의 3가지 마케팅 효과
종종 마케팅계에서는 '사람부터 모아라' 라고 할 정도로, '사람 모으기' 효과는 강력합니다.
- 브랜드 친밀도 상승: 금융 얘기를 하지 않고 내 취향부터 우선 얘기하는 브랜드에게 고객들은 친밀도를 느끼며 브랜드와 정서적으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잠재 고객이 가지고 있던 거부감은 자연스레 해소되죠.
- 오가닉(Organic) 바이럴 극대화: 정보성 글보다 취향 중심의 콘텐츠는 공유가 훨씬 빠릅니다. 덕분에 광고비 없이도 콘텐츠가 자연스레 퍼지며 바이럴 효과를 가져다 주죠.
- 체류 시간 증대를 통한 심리적 락인(Lock-in): 락인(Lock-in)은 고객을 우리 브랜드에 머물게 하여 이탈을 막는 전략입니다. 단순히 앱의 기능을 이용하지 않아도, 머니그라피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전체 체류 시간을 30분 늘린다면 그것만으로도 고객의 일상을 점유하는 셈이죠. 경쟁사로 향할 수 있는 시간을 토스가 선점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자물쇠를 채우는 효과를 거둡니다.
우리 브랜드 콘텐츠도 토스처럼 '시간 점유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까?
아래 3가지를 지킨다면 '시간 점유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기준 설정: 브랜드 색은 빼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토스는 '금융은 쉬어야 한다.' 라는 접근법 위에서 큰 소비 품목 중 하나인 '취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죠. 브랜드의 본질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 콘텐츠 설계: 브랜드 색이 빠진 자리에 소비자들을 더 머무르게 할 수 있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합니다. '재미'나 '공감' 요소를 더 해보세요.
- 커뮤니티 구축: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행에서 끝내지 말고, 양방향 소통과 CTA를 활용하여 팬(소비자)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판을 깔아주세요. 그들끼리 소통하며 체류 시간이 늘어날수록 고관여 팬층 확보가 가능해집니다.
토스의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인사이트
토스가 금융 이야기를 멈춘 이유는, 금융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융을 더 오래 쓰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를 필요할 때만 찾기보다, 시간을 함께 보낸 브랜드를 결국 선택합니다.
토스는 기능 경쟁 대신,
“금융을 쓰지 않는 시간까지 토스 안에 머물게 하자”
라는 한 단계 위의 게임을 선택한 것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 디브랜딩은 정체성을 지우는 전략이 아니라
- 정체성을 가장 부드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우리 브랜드도 당장 “팔아야 할 말”부터 줄이고 고객의 일상·취향·감정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먼저 확보한다면 전환은 뒤늦게 따라오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결정된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AI로 검색과 탐색의 여정이 ‘클릭’이 아니라 ‘질문’과 ‘답’으로 바뀐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브랜드는 어디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그래서 브랜드 경쟁의 본질은 노출이나 설득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함께 떠오르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하루 중 몇 분을 점유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할 때 브랜딩은 광고가 아니라 관계 설계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