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로 나중에 돈 벌어봐."
함께 여행 갔던 친구들에게 여러 번 들었던 말이다. 여행 일정을 잘 짠다는 칭찬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래서 어떻게?"라고 물으면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한번쯤 이걸 제대로 서비스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고 그럴듯한 일정표도 여럿 만들었지만 "이걸 어떻게 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늘 같은 지점에서 멈췄다. 수익화는 언제나 막연했다.
그런데 1년 뒤, 나는 여행 일정 서비스로 183만 원을 벌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첫 매출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생각보다 명확했다. 이 글에서는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에서 무엇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 왜 늘 만들기만 하고 끝날까?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 완성'과 '실제로 팔기'를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기능을 정리하고, 열심히 만들어서 공개한 뒤, 그다음에야 "이걸 어디서, 누구에게 팔지?"를 고민한다.
문제는 이 순서로는 첫 매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주변 사람들은 "오 괜찮은데?"라고 말하지만, 막상 돈을 내라고 하면 망설인다. 사용해볼 수는 있지만, 굳이 돈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태의 서비스가 되기 쉽다.
나 역시 여행 일정 서비스를 떠올렸을 때, "일정 짜서 보기좋고 쓰기좋은 일정표 하나 만들면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의 출발점은 무엇이 다른가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에서 중요한 건 '잘 만든 서비스'보다 '이거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누가, 왜, 어떤 상황에서 이 서비스에 돈을 내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팔리기 어렵다.
MVP를 '기능 줄인 버전'으로만 생각하면 놓치는 것
많은 사람들이 MVP를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초기 버전" 정도로 이해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수익화에 실제로 중요한 건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이거 돈 주고 살 만한가?"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다.
- 서비스 범위는 명확한가?
- 구매 전에 고객이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가 설명되어 있는가?
- 결제는 쉽게 가능한가?
이걸 확인하지 않고 만든 MVP는 서비스 아이디어 검증이 아니라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걸,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체감했다.
실제 사례: 여행 일정 서비스로 첫 매출 만들기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나
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특히 여행 일정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이었다.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마치 가본 것 처럼 파악하면서 좋은 숙소를 고르고 최적의 동선을 짜는 일은 나에겐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기에, 자유여행을 준비할 때 정보 탐색과 동선 정리에 드는 수고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너 이거로 나중에 돈 벌어도 되겠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여러 번 들었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여행 정보도 넘쳐나면서, '여행 일정을 짜주는 개인'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저 남보다 조금 더 능숙한 재능 정도로만 생각했다.
진짜 돈을 벌어보기로 결심한 뒤에도 "내가 일정 잘 짠다"는 사실만으로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든 나라를 커버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비스 범위를 좁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도시는 후쿠오카 한정(다섯 번이나 다녀와서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던 곳), 서비스 형태는 맞춤 일정 설계, 제공 방식은 질문지 기반 상담 후 카톡으로의 일정표 전달이었다.
친구 두 명으로 시작한 첫 테스트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만들기 전 이것이 정말 '팔 만한 수준'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친구 두 명의 일본 여행 일정을 내가 직접 짜줬다.
이 과정에서 파악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부터 시작해서 결과물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만족하는지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다.
사소하게는 지도를 링크로 주는 것과 스크린샷으로 주는 것 중 무엇이 반응이 좋은지부터, 크게는 실제 여행지에서 쓸만한 형태인지, 이걸 만드는데 총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리는지를 측정하는 것까지. 상상만으로는 고려하지 못한 내용들이 잔뜩이었다.

두 건의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초기 MVP는 화려하지 않았다. 일정표 템플릿, 고객에게 받는 기본 질문지, 일정 전달 방식 정의가 전부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실제 서비스 한 사이클은 굴릴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돈 받을 수 있겠다' 느낀 지점
친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은, 사람들이 서비스에 돈을 낼 수 있는 이유가 단순하고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 여행 준비가 귀찮은 사람
- 부모님과 가는 여행처럼 실패가 두려운 경우
-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위험 부담을 덜고 싶은 사람
즉, 내 서비스는 단순히 여행 정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시간과 스트레스 부담을 대신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깨달음은 서비스 설계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처음으로 ‘이건 팔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첫 매출을 경험하며 배운 것
이제 친구들과의 시범 운영을 통해 만든 상품, 즉 상담부터 최종 결과물 전달까지의 전체 흐름을 이미 한 번씩 경험해본 상태였다. MVP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그 정도의 준비물이었지만, 이제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팔 것인가"였다.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고 결제 시스템을 붙이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복잡했다. 그래서 이미 있는 플랫폼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트래블마켓'이라는 플랫폼이었다. 자유여행 일정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상세 페이지와 상담 및 결제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 내가 할 일은 그 사이트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게 내 서비스를 조금만 수정하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의 핵심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고, 이미 있는 곳에 빠르게 올려서 실제로 돈을 받아보는 것. 그게 첫 매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 결과 1년간 38건 판매, 총 매출 약 183만 원, 순수익 약 140만 원을 기록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로 실제 돈을 받아본 경험은 완전히 달랐다. 단순히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팔리는 서비스임을 알 수 있었다.
서비스를 키운 건 '완성'이 아니라 손님 반응 보며 고쳐가기
물론 서비스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 실제 구매자의 질문, 상담 과정에서 반복되는 요구, 플랫폼 운영진의 피드백. 이 모든 것이 수정의 기준이 되었다.
실제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 예상과 다른 고객들을 만났다. 기차로 2시간 넘는 거리를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도 있었고, 한 달 전부터 매진되곤 하는 티켓 예매 없이 그 일정을 꼭 넣어달라고 하는 분도 계셨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달라고 찾아온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멋지다고 생각했던 내 스프레드시트 일정표는 여행지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고 플랫폼 자체 PDF 양식으로 교체되기도 했고, 채팅 방식도 여러 번 바뀌었다. 플랫폼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에서 자체 앱 채팅상담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다.
이렇게 판매 → 실제 반응 확인 → 수정이 반복되면서, 서비스는 점점 명확해졌고 매출도 안정됐다. 역시 상상과 실제는 달랐다. 해봐야 아는 거였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 방법
첫 매출을 만들기 위해 2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1. 만들기 전에 팔 수 있는 형태부터 정하기
기능 목록이 아니라 "이걸 누가, 왜, 얼마에 사는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친구 한두 명에게 테스트해보면서 "이거 돈 주고 살 만한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내 경우 친구 두 명에게 실제로 일정을 짜주면서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작업에 얼마나 시간이 드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2. 이미 있는 플랫폼부터 찾아보기
크몽, 탈잉, 숨고, 전문 플랫폼 등 이미 결제 시스템이 갖춰진 곳을 활용하면 훨씬 빠르다. 내 서비스를 그 플랫폼 양식에 맞춰 올리는 것만으로도 바로 팔 수 있다. 처음부터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는 없다. 나는 트래블마켓이라는 플랫폼을 발견해서 양식에 맞춰 수정하는 것만으로 바로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3. 첫 판매 이후에는 손님 말을 듣고 고쳐가기
추측이 아니라 실제 구매자의 말에서 힌트를 가져온다. 그리고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 말고, 내 서비스가 무엇인지 명확히 유지하자. 실제로 내 일정표 양식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에 플랫폼 양식으로 교체됐으나, 그 외 서비스 범위를 흐리는 요청들은 의도적으로 버렸다.
지금 가진 아이디어 중 하나를 선택해보자.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실제로 한 번 팔아보기"를 목표로 하자.
사이드 프로젝트 수익화는 완벽한 서비스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빠르게 팔아보고, 실제 반응을 보며 고쳐가는 것. 그게 첫 매출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언젠가 한번쯤"이라고 미뤄뒀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언젠가다. 친구 한두 명에게 테스트해보고, 플랫폼 하나 찾아서 올려보자. 완성도 50%짜리 서비스를 실제로 팔아본 경험이, 머릿속에만 있는 완벽한 아이디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