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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 멤버십 토크 · · 31 min read

‘24시간 안에 안 읽으면 사라진다’, 롱블랙의 콘텐츠 전략

롱블랙 김종원 부대표의 20년 콘텐츠 실험 정리. 콘텐츠가 안 읽히는 이유, 24시간 제한 전략, 무료 공개의 전환 효과, 브랜드 설계까지 읽히는 구조의 본질을 담았습니다.

‘24시간 안에 안 읽으면 사라진다’, 롱블랙의 콘텐츠 전략

콘텐츠를 팔아온 20년, 그리고 롱블랙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히는 콘텐츠를 만들어온 사람은 드뭅니다.

“왜 이렇게 안 읽을까?”

“어떻게 하면, 기어코 읽게 만들 수 있을까?”

롱블랙 김종원 부대표은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20년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콘텐츠의 생산부터 유통, 실패와 실험의 최전선에 늘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롱블랙에서 아주 파격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24시간 안에 읽지 않으면, 볼 수 없게 하자.”

이번 하이아웃풋클럽 멤버십 토크에서는 콘텐츠 업계에서만 20년을 버텨온 김종원 부대표님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안 되는 게 디폴트’인 세상에서 어떻게 10년, 15년을 살아남아 왔는지 여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
- 마케팅 없이도 팔리게 만드는 콘텐츠/제품 설계의 기준이 궁금하신 분들
- 안 되는게 디폴트인 환경에서 오래 버티고 성장하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

브랜드의 어원, 그리고 나의 시작

롱블랙 김종원 부대표님 발표 자료 중

브랜드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불에 달궈서 지진다'는 뜻이더군요. 가축의 소유권을 표시하는 행위였던 거죠. 그만큼 브랜드를 새긴다는 건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계속 콘텐츠만 해왔습니다.

KBS 미디어에서 웹운영 및 기획자로 시작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PD, 기자, 작가) 옆에서 파는 역할을 맡았죠. 마케팅도 하고, 웹사이트 기획도 하고, 큐레이션 운영도 하고.

솔직히 콘텐츠 팔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중에서도 텍스트는 더더욱요. 사람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거든요. 예전에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더 힘들어요. 숏츠도 있고 넷플릭스도 있으니까. 1년 차 때나 20년 차인 지금이나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왜 이렇게 안 읽을까? 어떻게 하면 읽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좋아요를 하나라도 더 받을까?"

동네서점 창업 - 51페이지

롱블랙 김종원 부대표님 발표 자료 중

2011년쯤 문학동네의 카페 꼼마, 현대차와 커피빈의 복합 공간 같은 걸 보면서 "우리도 콘텐츠와 강연이 있으니까 이런 공간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매년 제안했는데 계속 "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답답함이 쌓여서 10년 차쯤 됐을 때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롱블랙 김종원 부대표님 발표 자료 중

그렇게 해서 노원에 동네서점 '51페이지'를 창업했어요.

주변에 물어보면 다 반대했습니다. "서점? 돈 안 되는 거 하려고?" 하지만 저는 이미 서점이 돈 안 된다는 걸 업계에서 겪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임대 계약 2년 동안 뭘 가져가야 이 시도가 성공했다고 판단될까를 고민했습니다. 최인아 대표님의 책방이나, 노홍철 씨의 책방처럼 이름값이 없으니까, 기획력으로 승부해서 회사에서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들을 실험해보자고 결심했어요.


동네서점 에디션의 탄생

서점을 운영하면서 이런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왜 동네서점에서 사야 할까?"

사람들이 동네서점을 좋아하는 이유로 '큐레이션이 좋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게 다였어요. 그리고 서점을 하면 책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책을 읽고 앉아 있으면 비즈니스가 안 돌아가요. 표지, 제목, 목차만 보고 "이 책이 우리 독자한테 먹히겠다, 안 먹히겠다" 빨리빨리 판단해야 해요.

예스24나 교보문고 에디션 같은 리커버 책들을 보면서 "나도 팔아보고 싶은데" 했지만, 출판사에 연락해보면 대형 서점하고만 계약되어 있어서 우리 같은 데는 팔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해는 됐어요.

출판사들은 인력이 작고, 동네서점은 전국에 수백 개가 있으니까 다 계약하고 세금계산서 끊으면 일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동네서점 에디션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출판사들한테 제안서를 써서 연락했어요.

"동네서점에서만 파는 걸 만들어보시죠
동네서점을 설득하고 운영하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전국 동네서점들 인스타그램 들어가서 이메일 주소 다 따서 연락하고, 출판사는 책 고르고 디자인만 해달라고 했죠.

그렇게 2017년에 민음사와 함께 최초의 '민음사 동네서점 에디션'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조아란 부장님과 장은수 대표님과 함께 기획했는데, 정말 많은 언론사와 방송사에서 이 기획을 취재하고 적극 소재해주셨어요

전국의 동네서점들이 "우리도 하고 싶다"고 참여했고, 이 책을 사려면 동네서점 주소를 찾아야 하니까 사람들이 "어? 우리 집 뒤에도 동네서점이 있었네?" 하고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동네서점 에디션이 거의 문화가 됐는데, 그때 처음 만들었던 겁니다.

솔직히 저는 이 프로젝트로 돈을 많이 벌진 못했어요. 회의하러 가면 가게 문 닫고 가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돈을 못 벌어도, 멀리 봤을 때 이게 분명히 좋은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리디북스 - 콘텐츠 마케팅의 발견

서점을 딱 2년 하고 팔았습니다. 그리고 리디북스로 갔어요.

리디북스에서는 연초에 인기 있는 책 100권, 200권 세트를 무료나 100원에 뿌리는 마케팅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운받긴 하는데... 안 봐요.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정말 안 봅니다. 한국인의 독서율을 생각하면 100권 다운받아서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벤트 하니까 효율이 나니까 하는 거죠. 당장은 클릭도 많고 다운도 받으니까. 근데 이렇게 해서 책을 읽을까? 읽게끔 해야 효용성을 느끼고, "전자책 편하네, 재밌네" 하면서 계속 오는 건데.

콘텐츠로 해결한 마케팅

그때<책 끝을 접다>라는 카드뉴스를 만들던 박종일 대표님을 알고 있었어요.

되게 잘 만들었거든요. 댓글을 보면 "이것 때문에 교보에서 책 샀다" 이런 게 많았어요. 순위 역주행도 하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카드뉴스가 범인 나올 때쯤 끊어버리잖아요. 범인이 궁금한데 교보에서 주문하면 하루 걸리고. 그런데 전자책은? 지금 바로 다운받아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무조건 읽을 수밖에 없겠구나.

제가 리디북스를 들어가서 박종일 대표를 다시 만나서 같이 협업해보자고 이야기 했어요

'앨리스 죽이기'라는 나온 지 2년 된 책을 골랐어요. 구간이라 출판사도 관심 없고. 제작비 드리고 출판사한테 한 달 무료 이용권 받고, 카드뉴스 마지막에 리디북스로 가게끔 올렸더니...

올린 날부터 가입자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발행 당일부터 역대 최대 일가입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범인이 궁금하고 완결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니 끝까지 읽는 분들도 확실히 많아졌어요

보통은 책 다운받으면 10~30페이지 보다가 덮는데, 이번에는 스토리를 봐야 하니까 훨씬 더 읽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전자책이 인기를 얻으니, 종이책이 역주행했다

더 재밌는 건 전자책을 무료로 풀었는데 종이책이 역주행하기 시작한 거예요.

출판사에서 "왜 갑자기 이 책이 팔리는 거냐"고 연락이 왔어요.

이때 많이 배웠습니다.

무료로 내가 분명히 풀었는데 사이드 임팩트로 종이책이 유료로 팔리는구나. 무조건 막고 "밑에서부터 보고 싶으면 돈 내세요" 하는 게 답이 아니구나. 콘텐츠나 내용에 관심이 있으면 무료로 풀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임팩트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롱블랙의 탄생, 사람들은 왜 읽지 않을까?

폴인을 거쳐서 2021년에 임미진 대표님과 함께 롱블랙을 만들었습니다. 6월부터 구상하고 9월 말에 런칭했으니까 3개월 정도 걸렸어요.

되게 짧은 기간인데, 앞서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푸시도 보내고, 개인화도 하고, 이벤트도 해봤는데 그때만 반짝이고 다시 지표가 떨어지고. 저도 콘텐츠 업자인데 퇴근길에 스크롤하다 2시간 가고 잠들어 있고, 뭘 제대로 이용 못 하고 다음 날 되고. 서칭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쓰고 소비하는 데는 시간을 못 쓰고 있어요.

나도 이런데 일반 소비자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 만드는 건 이차적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잘 쓰면 언젠가 사람들이 읽어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할까에 집중했어요.

24시간이라는 제약

출처 : 롱블랙

저는 그 해답을 24시간 형태로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당시에는 되게 파격적이었어요. 지금도 처음 들어오시는 분들은 놀라시고 뭐라고 하는 고객들도 있는데요.

제 경험과 데이터에서는 이거 말고는 방법이 없었어요. 읽는 건 인간의 욕망에 반하는 행동이잖아요. 금연, 운동, 공부 같은 것들. 대부분 그런 것들은 서포터가 있어요. 금연 패치, 헬스장 PT 선생님. 독서 모임도 30만 원 내고 다니잖아요.

24시간이 헬스장 트레이너 같은 기분 좋은 강제성 역할을 하게 하고 싶었어요.

파격적이라 동료들도 반신반의 했어요.

출처 : 롱블랙
"하루에 두 개는 줘야 되지 않냐?"

반찬이 많으면 골라 먹을 게 있는 건데, 하나만 준다는 건 가게 들어갔는데 반찬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요. 근데 저는 막연히 남들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회사 10년 다니면서 조용히 지냈지만,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제안하고 까이고 하면서 계속 다른 방향을 가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거든요.

제품 기획에서부터 마케팅이 설계되어야 한다

제품에서 마케팅을 끝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들어 놓고 파는 사람한테 "이거 팔아봐라" 하면 또 고민하잖아요. 제품을 만들었을 때 이미 마케팅이 거의 끝나는 형태여야 한다고요.

보도자료 쓸 때 "롱블랙, 월 9,900원에 좋은 콘텐츠 무제한으로 봐요"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기사를 누가 써도 "또 나왔어, 이런 서비스" 느낌이죠.

근데 "하루에 하나만 주는데 구독했는데 내일 못 본대?"라고 하면 어텐션을 끌 수 있잖아요.

롱블랙에서 가장 신경 쓴 기능

리소스 때문에 개발을 많이 줄였는데, 유일하게 오픈할 때부터 넣은 게 무료 링크 기능이었습니다.

리디북스 때 무료 도서 마케팅 했던 것처럼, 읽는 사람들은 재밌는 걸 읽으면 누구한테 공유하고 싶은 니즈가 커지거든요.

보통 공유하고 클릭해서 들어가면 50%쯤 읽다가 "결제하세요" 하면서 막아버리잖아요. 저는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 친구가 단톡방에 공유하면 저에 대한 신뢰가 높으니까 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 순간에 콘텐츠 경험을 못 하게 막는 것보다 무료로 읽게 해서 "이거 되게 좋네"라는 느낌을 계속 쌓아주면 가입으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출처 : 롱블랙

무료 링크를 통해 저희가 마케팅으로 닿을 수 없는 분들에게도 닿을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어, A회사 직원이 롱블랙 재밌게 보고 전 직원한테 뿌려요. 저희가 A회사 수만 명 직원한테 다 닿을 수 없잖아요. 비용도 엄청나게 써야 되고요.

또, 데이터로 알 수 없는 고맥락도 있어요.

A라는 분이 B라는 마케터가 지금 커피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롱블랙에서 커피 창업 이야기가 나오면 그분한테 전달할 가능성이 높죠. 그건 저희가 알 수 없어요. 두 분만 아는 데이터니까.

조사해보면 "제 친구가 제가 골프 좋아하는 거 알아서 골프 글 나오니까 보내줬어요"라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반대도 많았습니다.

무료 링크 통해서 10만 명이 보고 있으면 그걸 막으면 10만 명이 가입할까?

저는 물론 안 할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굳이 막으면 잃는 게 더 많지 않나. 이 트래픽을 더 키우거나 전환시키는 걸 고민하는 게 생산적이지, 막는다고 가입하진 않을 거다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예뻐야 한다

디자인도 파격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당시 비비드한 색깔을 웹에서 잘 안 썼거든요.

키 컬러를 잡아주신 대표님은 웹 디자인을 해본 적 없는 분이에요. 종이책이랑 그래픽 디자인만 하시던 분. 저는 오히려 그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UI/UX에 갇힌 사람보다 이질적일 수 있지만 유통 자체도 파격적이니까요.

그래서 전체적인 키 비주얼과 문장 스크랩까지 모든 부분에 비비드한 컬러를 활용했어요.

스크랩해 놓은 문장 페이지를 보면서 보람차야 해요.

롱블랙이 아직 유명하지 않더라도 "너 뭐 읽는 거야?" 물어봤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적으로 가치가 있어야 하니까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롱블랙이
굿즈에 진심인 이유

종이책은 예쁘고 물성이 있고,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봐주고, 패션 아이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자책은 핸드폰 뒤에 숨어 있으니까 내가 예쁜 책을 보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내가 입는 옷, 안경 다 내 아이덴티티고 나를 표현하는 건데, 내가 읽는 콘텐츠도 나의 표현 양식 중 하나예요.

책값 2만 원이면 단순히 좋은 내용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들고 다닐 때 예쁘고 책장에 꽂아 놓으면 만족스러운 것까지 다 2만 원이라고 생각해요.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협업한 롱블랙의 태그미 문장 키링

키링 하나를 예로 들어볼게요.

태그하면 문장을 추천해주는 키링인데, 21,000원 정도 해요.

롱블랙 구독이 4,900원인데, 키링이 더 잘 팔려요. 6개월 동안 쭉 팔리더라고요.

왜 4,900원이면 되는데 21,000원을 사시는 걸까?

예쁘거나 재밌거나 이 경험에 소비를 하니까요. 키링을 태그해서 나오는 페이지는 저희 페이지이기 때문에 이 사람하고 계속 연결이 되잖아요.

언제든지 CRM을 할 수 있고 나중에 이벤트도 띄울 수 있고. 이런 연결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텍스트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한국 시장은 작다, 텍스트는 더 작다.

지겹게 들은 얘기지만 런칭 때부터 "어떻게 글로벌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예전에는 언어 장벽이 컸는데 AI가 나오면서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어요.

일본어 회화는 못해도 AI가 번역해주니까 뉴스픽스에 직접 연락했습니다.

AI로 일본어 소개서 만들고 메일 써서 연락했어요.

마침 뉴스픽스도 한국 콘텐츠를 갖고 싶었대요. 3월에 연락해서 4월에 미팅하고 6월에 계약. 한국 회사도 이렇게 빨리 계약하기 쉽지 않거든요.

2026년 뉴스픽스에 업로드된 <서울 도서관에서 기획한 야외 도서관> 이야기

일본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왜 이런 콘텐츠를 픽했는지, 일본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그대로 번역해서 제공해도 해외에서 좋아하는구나, 잘 읽는구나.

한국의 콘텐츠, 한국의 비즈니스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궁금해하거든요. 마르디 메크르디가 뒤에서 누가 창업한 건지, 왜 창업한 건지, 그분은 어떤 생각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채널이 별로 없어요. 저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

물론, AI가 나오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지만 저 또한 고민이 많아요.

앞서 말씀드린 영역에서 활용을 많이 하는데, 결국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AI가 내는 답을 제가 이해할 수가 없더라고요.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지만, 그 답이 왜 나왔는지 과정을 경험하지 않으면 써먹을 수가 없잖아요.

결론적으로, AI를 가장 잘 쓰는 것도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 카피라이터, 이미 어떤 단계에 올라간 사람들이 AI 쓸 때 시너지가 나요.


천천히 서둘러라

서점 할 때 너무 힘들어서 앉아서 책을 보다가 알게 된 문구가 있어요.

"천천히 서둘러라."

모순적인 얘기인데, 세상이 빠르고 커리어도 불안하잖아요. 동료들 이직하면 나도 뒤처지는 것 같고.

근데 커리어는 긴 싸움이에요. 너무 조급할 필요 없어요. 마라톤에서도 내 페이스가 있는 건데 옆에서 누가 앞질러 간다고 따라가면 지치잖아요.

콘텐츠 만들고 이벤트도 당연히 될 것 같지만 대부분 안 돼요. 안 되는 게 디폴트예요.

콘텐츠 올렸는데 다운로드 한두 개 눌리면 "아, 그냥 그렇구나. 내일은 열 개 눌리겠지?" 하고, 100개 눌리면 도파민 나오고.

그렇게 10년, 15년 했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Q&A

[1] 기획적인 감각과 트렌드 감각

Q. 감각적인 기획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건 뭔가요?

A. 저도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요. 뉴스도 많이 보고, 해외 미디어 콘텐츠도 보려고 노력하고. 카페 가면 컵이 예쁘면 뒤집어서 어디서 만든 건지 봐요. 조명도 검색해보고. 엄청 메모하거나 클리핑을 열심히 한다기보다 그런 거에 늘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재밌는 걸 친구한테 공유해주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일부러 감각을 쌓아야지 해서 뭘 한 건 아니고, 저한테 그건 일이 아니니까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일인지 취미인지 구분이 안 되니까 더 쌓이는 거죠.

Q. 트렌드를 미리 예측하고 감각을 준비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지금 똑같은 인터뷰를 하더라도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프레이밍으로 바꿔줘야 해요. 에디터들이 많이 공유하는 것,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 좋아하는 워딩 같은 걸 보면서 인터뷰를 피보팅하기도 해요.

글로벌 소스도 많이 접하면서 섭외하고 기획해요. 에디터의 관심과 사회의 흐름을 계속 싱크 맞추려고 노력해요.


[2] 롱블랙의 코어 컨셉과 타겟 독자

Q. 24시간 후 못 읽는다는 코어 컨셉은 계속 가시나요?

A. 네, 그거는 근간이에요. 다르게 표현하면 습관, 읽게끔 도와준다는 개념이잖아요. 그 뼈대를 유지하되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저희 숙제예요.

Q. 롱블랙을 보면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많은데 타겟이 마케터, 사업가인가요?

A. 굳이 그렇게 정의하진 않았어요. 소비자 조사해보면 "유퀴즈 같다"는 분도 계세요. 목적성 있는 사람만 들어오게 하면 한계가 있어요.

롱블랙의 타겟은 넓게 보면 "읽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에요. 습관을 찾고 싶다, 좋은 글을 읽고 싶다, 좋은 문장을 찾고 싶다. 그런 니즈는 공통적인 화두니까요.


[3] 제품 설계와 브랜드 확장

Q. 디지털 콘텐츠에 굿즈 같은 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브랜드를 만들려면 디지털만 가지고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에서 닿지 못하는 고객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든 팝업이든 필요해요.

그걸 위해서는 피지컬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오프라인 컨퍼런스는 어떤 관점으로 진행하시나요? 매출인지? 인지도인지?

A. 당연히 매출도 있어요. 스폰서십이나 티켓 매출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리고 영향력이 필요해요.

미디어는 영향력이 중요한 건데, 뉴욕타임즈도 매출로 따지면 빅테크에 비해 얼마 안 되지만 영향력은 크잖아요. 롱블랙이 이런 행사를 해서 "나중에 뭔가 전달할 메시지가 있으면 롱블랙에 해야겠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숫자로 치환하기 어려운 문화를 만드는 행위예요.


[4] 글로벌 진출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Q. 일본 뉴스픽스와 파트너십은 어떻게 맺게 되었나요?

A. 저희가 적극적으로 푸시했어요. 호소다 다카히로씨가 롱블랙 컨퍼런스에도 왔고 저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뉴스픽스에 아는분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하고 메일 주소를 알려주셨어요

AI로 일본어 소개서 만들고 메일 써서 연락했어요. 마침 뉴스픽스도 한국 콘텐츠를 갖고 싶었대요. 3월에 연락해서 4월에 미팅하고 6월에 계약했어요. 한국 회사도 이렇게 빨리 계약하기 쉽지 않거든요.

예전에는 언어 장벽 때문에 어려웠는데 지금은 AI로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언어를 못한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해보면 되는 거예요.

Q. 4년 넘게 하셨는데 지속 가능한가요?

A.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작년 매출도 전년 대비 20~30% 성장했고, 글로벌도 세팅하고 있고요. 콘텐츠를 어떻게 보강할까, 어떻게 더 대중적으로 접근할까 고민 중이에요. 이대로 스테이하고 싶진 않아요.


[5] 커리어 선택과 태도

Q. 기성 언론 조직에서 배운 것 중 스타트업으로 오면서 의도적으로 버린 것과 가져온 것은?

A. 가져온 것: 빠르게 움직이고 왜에 대해 별로 질문 안 하는 태도. 어쨌든 해야 되니까요. 매일 콘텐츠 만드는 호흡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낮아요.

버린 것: 리스크 만들지 않으려고 새로운 걸 안 하는 태도.

저희는 할 수 있는 건 많이 해보자고 해요. 비행기 빌려서 일본 가서 행사도 해봤어요. 빡세고 힘들었는데 다 좋은 경험이에요. 가급적 해보자고 하는 쪽으로 트레이닝해요.

Q. 안정적인 기업을 그만두고 자기 업을 시작하는 데 용기를 가진 판단 기준은?

A. 회사 다닐 때 많이 시도하세요. 월급 받으면서 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를 확인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아요.

회사 다니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검증해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읽지 않는 시대에 텍스트 콘텐츠가 살아남는 법

오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종원 부대표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롱블랙의 성공 비결은 특별한 재능이나 운 좋은 한 수가 아니라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구조를 설계해온 오랜 선택의 누적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가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뿐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기획하고, 자기 일을 오래 해나가고 싶은 분들에게도 하나의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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