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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 멤버십 토크 · · 24 min read

퍼블리 박소령 창업가가 말하는, '실패를 통과하는 일'

10년 동안 실패와 성장 사이를 오가며 버틴 퍼블리 박소령 님의 이야기. 시리즈 투자의 화려함 뒤에 숨은 고민, 무너짐, 다시 일어섬까지… 창업자라면 마음 깊이 와닿을 진짜 경험담을 전합니다.

퍼블리 박소령 창업가가 말하는, '실패를 통과하는 일'

하이아웃풋클럽에서는 매달 한 분의 훌륭한 연사님을 모시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운 성장 이야기를 나누는 멤버십 토크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 11월에는 10년간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이끈 뒤 박소령 님을 모셨습니다. 최근 자신의 10년 창업 여정을 담은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출간하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는 '실패'에 대해 솔직하게 전해주셨는데요.

성공 스토리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실패와 통과의 기록.

그날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한 편에 담아 소개합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지식 콘텐츠 시장에 대하여

Q. 지식 콘텐츠 사업을 10년 하시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긴 게 있다면 무엇이고, 앞으로 지식 콘텐츠 쪽에서는 어떤 모델이 지속 가능할 것 같나요?

하이아웃풋클럽 X 퍼블리 박소령님과의 북토크

지식 콘텐츠 사업은 필연적으로 '계몽주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꼭 필요해서 찾는 게 아니라, 알려주고 설득해야 구매하는 시장이라는 뜻이죠.

저는 처음에 이 시장을 잘못 판단했어요. 의식주처럼 인간의 기본 욕망에 기반한 시장처럼 자연스럽게 계속 커질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낙관했습니다. 그래서 비용 관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10년을 해보니 알게 됐습니다. 지식 콘텐츠 시장은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매출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지식 콘텐츠에 돈을 쓸 의향이 있는 고객의 수'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거예요.

아무리 마케팅을 하고 가격을 낮춰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장입니다. 이미 지식 콘텐츠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계속 구매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예 관심이 없거든요. 이 '양극화'가 이 시장의 본질적인 특징입니다.

제가 후회하는 건 가격 정책이에요.

퍼블리 멤버십을 월 21,900원으로 시작했다가 구독자를 빠르게 늘리고 싶어서 16,900원까지 낮췄는데, 가격을 낮춰도 고객이 그만큼 늘지 않았거든요. 그 실험 기간이 거의 2년이었는데, 되게 빠르게 압축적으로 해보고 수요가 늘지 않으면 빨리 가격을 롤백했어야 했습니다.

결국 돈을 낼 충분한 의지가 있는 고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밸류를 드려서 얼마만큼 가격을 높일 수 있는가를 찾아낼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사업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이 시장이 스타트업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VC(벤처 캐피털, Venture Capital)의 투자를 받아서 스케일업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진짜 어려운 것 같습니다. VC들이 기대하는 속도만큼 폭발적인 J커브를 만들기에 되게 어려운 시장이에요.

출판 시장조차도 양극화가 많이 되고 있어요. 책을 사는 사람은 사고, 안 사는 사람은 아예 안 사는데, AI의 영향도 전방위적으로 미치고 있습니다.

저도 만약 다시 지식 콘텐츠 시장에 돌아가 창업한다면 5인 미만의, 주주 명부에는 저만 있는 회사로 할 것 같습니다.


조준 후 발사 vs 발사 후 조준

Q. 조준 후 발사, 발사 후 조준의 접근 방식이 달리 적용되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기준이나 맥락에서 그렇게 판단하시나요?

맥락에 따라 되게 다르게 쓸 수 있습니다.

발사 후 조준을 할 때,

그 제약 조건을 걸어두고 발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놓쳤던 부분은 자원이 무한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검증이나 준비 없이 일단 리소스를 블리츠 스케일링(Blitzscaling)하듯이 쏟아부었던 거예요. 그게 너무 잘못했던 의사결정이었습니다.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회사를 키워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의 고도성장 전략을 의미

반대로 2015년 콘텐츠 사업 초기에는 회사에 돈이 없어서 정말 장인 정신으로 하나하나 만들었어요. 크라우드펀딩 비즈니스 모델로 3년 동안 매 콘텐츠마다 2주~한 달 정도 프로젝트를 열어서 어떤 콘텐츠에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지 실험했죠.

그게 조준을 충분히 해보고 발사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좌절의 순간을 버틴 이유

Q. 창업 도중 처절하고 간절한 순간 속에서 극복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순간마다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는데,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끝까지 같이 해준 사람들 덕분에 버틴 순간이 절반 이상입니다.

특히 한 동료와는 집이 가까워서 항상 퇴근을 같이 했는데, 밤 12시 버스 타고 집에 갈 때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막 하면 내면적으로 정리가 됐어요. 거의 심리 상담사처럼 썼죠.

다른 순간에는 '그래도 뭔가 해내고야 말겠다'라는 오기도 있었고, 책임감으로 발현되기도 했어요. 어떤 순간에는 '남들도 저렇게 멋있게 회사를 만드는데 나는 이 정도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 같습니다.

Q. 만약, VC 투자를 받지 않았다면 더 빨리 포기했을까요, 아니면 더 오래 하셨을까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둘 다 너무 말이 돼서요.

VC 투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투자 계약서에 여러 조항이 빡빡하게 걸려 있었어요.

퇴사를 못 하게 하는 약정도 있고, 사임하면 위약벌을 물어야 하는 조항도 있죠. 그 자체가 법률적으로 부여된 책무이고, 큰 돈을 받았다는 책임감이 계속 하게 됐던 동력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투자자가 없었으면 내 맘대로 길게 했을 수도 있고,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끝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둘 다 너무 말이 됩니다.


가장 뼈아픈 실패

Q. 가장 뼈아픈 실패가 있다면 무엇이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하고 싶으신가요?

두 가지가 거의 동순위입니다.

둘 다 투자에 관련된 실패인데,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건 2021년 시리즈 B 펀드레이징이에요. 그 돈을 받고 나서 자원 배분에 대한 의사결정을 잘못한 게 그 후 모든 아수라장의 거의 근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롤백해서 과거로 돌아가면, 2017년에 첫 번째 펀드레이징을 시작했을 때 별 생각 없이 바로 VC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뛰어들었던 거예요. VC 투자를 한 번 받으면 계속 VC 투자를 받게 되는 관성이 있었고, 회사가 VC들이 원하는 그로스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점점 더 갔던 것 같습니다.

만약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아봤다면 다른 평행우주 속에서의 퍼블리가 있었을 수도 있죠. 이 두 가지 선택이 2024년에 저의 결정을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고, 충분히 보며 고민하거나 조언자들을 충분히 찾아다니는 등의 과정 없이 내렸던 결정이어서 제일 뼈아픕니다.

Q. 창업 전의 삶에서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으셨나요?

저의 20대는 엄청 방황을 많이 했고, 퍼블리 이전에는 대학원 때가 가장 힘들었던 2년이었습니다. 특히 대학원 1학년 때가 너무 힘들어서 출석을 안 하니까 학생 상담실에서 정신과까지 보냈고, 한 학기 내내 정신과를 다녔어요.

당시 제가 느꼈던 감정은 '죽고 싶다'였어요.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왔는데, 대학원에 가보니 전 세계의 훌륭한 사람들이 다 모여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 사이에서 '나 아무것도 아니구나'를 깨달은 게 제 에고가 처음 박살 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시 태어나도 그 사람들처럼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선진국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자산은 내가 평생 못 넘는 벽이구나 싶었죠. 그 열등감이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퍼블리를 시작했어요.

태어난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후천적으로라도 출발선을 앞당겨 드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교육이나 콘텐츠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도 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때 출발선을 앞당겨 드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Q. 언제부터 소규모로 '작게' 조직을 꾸리는 게 맞는다는 걸 인지하셨나요?

놀랍게도 2016년 10월, 회사 만든 지 1년쯤 지났을 때 팀에게 쓴 메일을 출력한 게 있더라고요.

거기에 뭐라고 써 있냐면 "나는 팀을 더 키우고 싶지 않다. 아주 작은 팀으로 일당백 하더라도 아주 작게 유지하고 싶다"라고 이미 그때 제가 썼어요.

근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어서 막 회사를 키웠던 거죠.

다시 작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거의 회사 끝날 때쯤, 라스트 레이오프를 하고 코어한 세 명이 사무실에서 집중적으로 일할 때였습니다. 그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내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 몇 명하고 되게 작게 일하는 환경이 저한테 엄청 안정감을 주는구나 그때 강하게 느꼈습니다.

조언자 그룹 만들기

Q. 조언자 그룹 20분은 어떤 분들이고, 어떻게 만나셨나요?

20명 중 1/4은 저랑 인연이 10~15년 된 대학교, 대학원 친구나 직장 선배들입니다. 나머지 3/4은 퍼블리 비즈니스를 하면서 만난 분들인데, 저자분들을 모셔와서 콘텐츠를 만들다가 계속 인연이 쌓여서 깊은 대화를 나눈 분들이에요.

조언자 관계가 만들어지려면 조언을 받고 싶은 사람이 먼저 자신을 발가벗어야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먼저 제 자신을 바닥까지 내려놓고 지금 상황이 어떻고, 어떤 고통을 겪고 있고,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얘기를 하면서 대성통곡을 많이 했어요. 그걸 받아들여 주시고 진심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조언을 해주신 분들이 남아서 20명 정도 그룹이 만들어진 거 같습니다.

Q. 아직 귀인을 못 만난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귀인이 될지 안 될지 직관이 있잖아요. '이 사람 왠지 마음에 들어'라는 직관이 있으면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30분이라도 커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보냈을 때 답이 안 오면 드랍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됩니다. 두 번 보내고, 세 번 보내고, 네 번 보내세요.

생각보다 팔로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보내는 사람은 더 없어요. 그만큼 귀하고 만나볼 만한 거죠.

예를 들어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님은 컨퍼런스에서 발표하시는 걸 보고 명함을 받았는데, 제가 계속 연락했어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좋은 VC, 좋은 창업자

Q. 경험하신 관점에서 좋은 VC는 어떤 분이고, VC 입장에서 좋은 창업자는 어떤 창업자일까요?

창업자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한테 필요한 VC는 돈의 성격이 정확하게 뭔지, 이 돈이 들어옴으로써 창업자에게 뭘 기대하는지 숫자로 되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서 기대치 조율을 해주시는 VC였던 것 같아요. 이해관계의 기대치가 아주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숫자로 얼마나 서로 기대치 조율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가가 좋은 VC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100개의 스타트업이 출발하면 10%는 생존하고 90%는 망하는 게 생태계의 흐름이잖아요. 그 90%에 속하는 팀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팀들이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다시 스타트업 생태계에 머무르면서 이번에는 훨씬 더 잘 사업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들이 좋은 VC가 아닐까요.

실패한 경험치가 계속 이 생태계에 남아 있어야 전체적으로 다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Q.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채용 인터뷰 때 어떻게 알아보셨나요?

인터뷰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찾은 게 "퇴사할 때 어떻게 행동하셨나요?"라는 질문이에요. 이런 태도는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거라서 채용 프로세스에서 한계 상황을 밀어붙이기 어렵거든요.

퇴사일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끝까지 잘 완수하려고 노력하신 분들이 저는 되게 좋아 보였어요. 마음이 뜨기 쉽고, 대충 하고 퇴사해도 걸릴 것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임감 있게 완수하시는 분들이 참 좋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젠슨 황 책을 보면, 젠슨 황이 근면 성실의 화신이더라고요. 소위 말하는 아시아적인 근면 성실이라는 가치를 몸에 체득해서 60몇 살까지 극한으로 밀어붙이면 저런 사람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근면 성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표로서의 고충

Q.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동료들에게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명대사가 있어요.

왕좌의 게임 중
"어차피 너랑 같이 하는 사람 절반은 너 싫어해.
그러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절반은 무조건 나 싫어해라고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면 조금 더 편한 것 같습니다. 물론 수치는 절반까지 안 가면 좋지만, 기본적으로 절반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일단 싫어하는구나 깔고 시작하면 조금 더 편안합니다.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어마어마하게 고통입니다.

<투르 드 프랑스 - 언체인드 레이스> @넷플릭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게 본능인데 그거에 거슬러야 하니까요. 저는 뚜르 드 프랑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는데,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고통이고,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으면 직업을 바꿔야 되죠"라는 말이 사이클 선수뿐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과정에 있는 창업자들에게

Q. 돈을 벌어내야 하는 과정 속에 있는 창업자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못했던 거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 번째는 대표가 최전선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서 돈 버는 게 무조건 1순위인 것 같습니다. 대표가 고객을 직접 만나서 발로 뛰는 회사의 속도와 누군가가 대신하는 속도 차이가 현격하게 나요. 돈 주는 사람이 고객이라고 정의했을 때, 그 사람과 대표가 진짜 타이트하게 붙어 있는 회사를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샘 월튼이 월마트 창업 초기에 매주 토요일 새벽 3시에 출근해서 모든 매장의 그 주 들어온 돈, 나간 돈을 계정 항목별로 본인이 직접 다 기입했대요. 타이트하게 들어오는 돈, 나가는 돈을 계정별로 아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그걸 안 했어요. 한 달에 한 번 누군가한테 맡겨서 엑셀 정리하는 정도만 했기 때문에 느슨했죠.

Q. 앞으로 창업을 다시 하실 계획이신지도 궁금합니다.

창업을 다시 할 건데, 안식년이 끝나고 바로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하려고 해요.

왜 또 창업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일하고 싶어서 창업을 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짜 놓은 판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가 주도권을 가지는 판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크게 배운 한 가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내리는 의사결정이어야 후회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엔 5인 미만으로 작게 하려고 합니다. 작은 조직이 제 몸에 맞는 옷이거든요.

나는 누구인가

Q. 10년의 여정을 마친 지금,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리고 계신가요?

주주분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기가 아는 박소령은 오타쿠인데, 그냥 콘텐츠 좋아하는 오타쿠인데, 왜 커리어 시장을 가려고 하는 거지?"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오타쿠에 훨씬 가까운 사람이고, 제너럴리스트의 커리어를 살아온 사람이지만 제가 엄청 성의와 열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산업은 엄청 좁아요. 1순위가 콘텐츠고 2순위가 라이프스타일, 패션 카테고리예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주말에도 계속 시간 써도 즐겁고 잠자는 시간이 아까운 느낌을 주는 게 몇 개 없거든요. 그 몇 개 없는 거에만 집중해도 인생 짧기 때문에 다른 거에 욕심 안 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님이 전하는 실패라는 단어에 대하여

인생이 원래 고통을 품고 있듯, 일을 하다 보면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에요.

중요한 건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각자만의 답이 있겠지만, 이 질문만큼은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고 솔직하게 던져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한 해를 복기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소령 님이 전해주신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도, 극적인 반전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우리가 흔히 외면해온 실패의 현실, 그리고 그 실패를 통과하며 쌓인 10년의 내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한 가지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창업은 고통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정확히 알게 된다.

실패는 필연이지만, 그 경험이 남긴 흔적이 다음 선택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길을 열어주는 조준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창업자와 1인 사업가에게 이번 대화가 작은 숨구멍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올해를 복기하며, 나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이 실패에서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다음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붙들고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결국 우리가 성장해 나가는 방식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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